동남아시아는 아시아 동남부에 위치한 나라들, 즉 미얀마, 타이,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에 이르는 대륙부와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등의 섬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중국의 문헌이나 동남아시아 각지에서 전하는 비문 등에는 이 지역에 일찍부터 산스크리트어를 비롯한 인도의 힌두교, 불교 등의 인도 문화가 전파되었다는 기록이 사실로서 남아 있다. 이와 같이 동남아시아의 조형활동은 인도에서 기원한 종교 미술을 바탕으로 하여, 인도의 경우와 같이 사원조영을 중심으로 점차 활성화되면서 크고 작은 사원 건축과 함께 사원에 부속된 장식과 조각의 제작에 매우 공들였다. 이처럼 종교 미술은 동남아시아 미술에 있어서 조형활동의 중심축을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이 포스트에서는 동남아시아 미술의 성격을 잘 드러내기 위해서, 조성 연대가 떨어지는 유적이나 유물이 많고 종교적 성격이 다른 라오스와 필리핀 지역의 미술, 13세기 말부터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남부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한 이슬람교 미술, 그리고 근현대 미술은 생략하였다.
인도네시아 미술
수마트라, 자바 등 크고 작은 수천 개의 섬들도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는 해로를 통하여 들어온 인도의 상인과 종교가들에 의해 동남아시아의 여러 나라 중에서도 가장 이른 시기에 인도화 되었다. 인도네시아로 전래된 종교 중에서 가장 먼저 정착한 것은 힌두교였다. 힌두교를 본격적으로 수용한 것은 동東칼리만탄에 위치한 쿠테이 왕국의 무라와르만 왕(400년경)과 서西자바 타르마나가라 왕국의 푸르나와르만 왕(450년경)이며, 이후 마타람왕조(850-1017)를 절정기로서 15세기까지 지속되었다. 또한 5세기 전반에는 불교가 전래하였다는 것을 중국의 문헌에서 확인할 수 있다. 7세기 중엽에는 슈리비자야 왕국(7-12세기)이, 8세기 중엽에는 샤이렌드라 왕국(775-850)이 일어나 대승불교와 밀교를 신봉하여 이른바 인도·자바 미술의 황금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이 시기에도 불교와 힌두교는 혼재하는 양상을 띠었기에, 인도네시아에서 순수하게 불교가 우선시되었던 시대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동부 자바시대(10-15세기)가 되면 불교와 힌두교(특히 시바파)가 같이 믿어지던 시바·붓다 시대가 형성된다. 15세기 이후로는 인도에서 전래된 이슬람교가 확산되면서 불교와 힌두교는 종적을 감추게 되었고, 오늘날에는 발리 섬에 남아 있는 토착적인 정령 숭배와 선조 숭배가 합쳐진 특수한 형태의 혼합종교인 발리 힌두교 안에서 그 면모를 겨우 찾아볼 수 있을 뿐이다.
1. 슈리비자야, 마라유
슈리비자야 왕국은 수마트라 섬의 파렘방에서 출토된 비문이나 중국의 『신당서新唐書』에 따르면 7~12세기에 번성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연합 국가로서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의 파렘방과 타이 남부의 차이야를 중심으로 수마트라 섬, 중부 자바, 말레이 반도 일대를 지배하였으며 인도의 팔라 왕조와도 교섭을 가졌다. 특히 수마트라 섬에 위치한 잠비에는 7세기 후반에 건립된 마라유 왕국이 있다. 마라유 왕국은 슈리비자야 왕국에 병합되거나 동부 자바 싱가사리 왕조의 지배를 받은 적도 있으나 출토된 조각작품 등에 새겨진 명문을 보면 14세기까지는 존속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두 나라의 주요 유적은 주로 수마트라 섬과 말레이 반도에 분포하고 있지만, 슈리비자야 왕국의 미술은 중부 자바의 양식과 공통점이 많고 마라유 왕국의 미술은 동부 자바의 양식과 공통점이 많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마트라 섬에서는 파렘방 출토의 석조사비관음보살입상(자카르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나 잠비 출토의 석조불입상(자카르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과 같이 인도의 영향을 받은 8~9세기에 제작된 뛰어난 불교 조각이 여러 점 출토되었다. 그러나 이 외의 대부분의 작품들은 11~12세기에 제작된 것들이다. 다음으로 타이 남부 차이야에서는 인도 굽타조에서 팔라조까지의 영향을 강하게 계승한 대승불교의 조각들이 많이 출토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양팔과 허리 밑부분이 손실된 청동보살상과 거의 완전한 형태로 현존하는 청동육비관음보살입상(8-9세기, 방콕 국립박물관 소장)은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닌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2. 중부 자바 미술
5세기에는 이미 인도의 문화가 자바에 전래되었다고 여겨지며, 서부 자바의 크라완에서는 6세기의 석조비슈누신상(자카르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이 출토되었다. 중부 자바의 역사에 관해서는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비문 등을 통해서 7~10세기까지 3개의 왕조가 각각의 종교를 숭배하면서 발전한 것으로 추측된다. 즉, 중부 자바시대(8-10세기)에 전개된 미술은 모두 힌두교(특히 시바 신앙), 대승불교, 밀교에 속하고 인도적 요소가 짙은 점을 특색으로 하였다. 특히 인도의 굽타 후기 미술의 영향이 강하게 나타났으며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도 매우 높은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자바에서 가장 오래된 유적으로는 족자카르타 북쪽의 디엔고원과 고동 송고에 있는 힌두교 유적군이다. 디엔고원에는 힌두교의 3대 신(시바, 비슈누, 브라흐마)을 외벽에 부조한 찬디 스리캔디 등 7~8세기에 건립한 8기의 찬디가 남아 있다. 그리고 고동 송고에는 8세기 전반에 만들어진 6군의 찬디가 있으며, 시바 신앙에 근거한 유적이 많다. 그러나 중부 자바시대의 주요 유적은 대부분 족자카르타 주위의 쿠두주州 남부와 푸란바낭 지구에 군집해 있다. 먼저, 샤이렌드라 왕조의 인드라 왕(782-812년 재위)에 의하여 9세기 초에 건립된 찬디 문둣은 비교적 대규모의 사당 건축이고, 사당 내부에는 거대한 석조석가삼존불을 안치하였다. 중앙의 본존은 전륜법인을 한 석가불의좌상이고, 우협시보살은 화불이 있는 보관을 쓰고 오른발을 아래로 내려앉아 있으며, 좌협시보살은 오른팔을 가슴 앞으로 올린 채 왼발을 아래로 내려앉아 있다. 다음으로 독특한 건축 형태와 함께 우수하고 풍부한 조각으로 유명한 찬디 보로부두르가 있다. 찬디 보로부두르는 내부 공간을 가지는 일반적인 찬디와는 달리, 한 변이 120미터에 달하는 사각형 2중 기단 위에 5층의 방형 기단과 3층의 원형 기단을 올렸고, 다시 그 위의 최상층에는 중앙 스투파를 세웠다. 이것의 전체 높이는 42미터에 달하며, 단독 불교 건축물로서는 세계 최대이다. 마지막으로 볼 것은, 마타람 왕국(850-1017)의 피카탄 왕에 의해 9세기 중반에서 후반에 건립된 찬디 로로 종구란이다. 이 유적은 푸란바낭 지역의 사원을 대표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찬디 푸란바낭이라고도 불리는 힌두교 사원이다. 비슈누, 시바, 브라흐마를 본존으로 하는 3개의 사당과 3대 신의 바하나를 모신 사당을 각각 서로 마주 보게 배치하였고, 그 주위에는 8개의 중中사당과 200개가 넘는 소小사당을 두었다. 이외에도 중부 자바시대에는 지권인을 하는 금강계대일여래를 비롯한 중기 밀교의 존상도 많이 제작되어 중기 밀교가 전래되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 중에서도 금강계대일여래의 표현을 보면 보살형이 많은 일본과는 다르게, 한국과 같이 지권인을 하고 있는 여래형이 많이 확인되었다.
3. 동부 자바 미술
10세기 초가 되면, 정치·문화의 중심이 자바의 중부 지역에서 동부 지역으로 옮겨갔다. 쿠디리 왕조(928년경-1222)로 시작되는 동부 자바시대는 종교 면에서 불교(대승불교와 밀교)와 힌두교의 혼합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며, 두 종교를 동시에 믿는 시바·붓다 신앙이 탄생하여 왕을 신격화한 신상을 모시는 것이 행해졌다. 찬디의 성격도 사당묘祀堂廟의 성격으로 변화하여 왕이나 왕족의 유골을 봉납하는 것이 통례화되었다. 미술의 경우는 간주크 등에서 출토된 금강계 만다라를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소형청동불상군(10-11세기)처럼 순수한 밀교 계통의 작품도 보이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혼합된 성격과 함께 여러 도상을 조합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쿠디리 왕조의 조형 활동은 매우 저조한 편이었다. 주요 유적으로는 영산 푸낭군강에 위치한 찬디 조로툰드(977)와 찬디 베라한(11세기 중엽)의 특이한 영수욕장, 찬디 쿠라(11세기) 등이 있지만, 그 수는 얼마 되지 않는다. 그 중에서 영수욕장은 동부 자바와 발리섬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특수한 건축으로, 거석문화시대의 조상숭배신앙이 도입된 힌두교의 매장 기념 건물이다. 이는 천상의 영수靈水 티트라를 찬탄하는 시설이기도 하다. 이 외의 동부 자바시대의 유적은 그 대부분이 싱가사리 왕조(1222-1292)와 마자파이트 왕조(1293-1520년경) 시대에 속한다. 대표적인 유적으로는 찬디 사웬탈(13세기), 찬디 키다르(1260년경), 찬디 자고(1280년경), 찬디 싱가사리(1300년경), 찬디 자비(1300년경) 등 비교적 이른 시기의 것이 있으며, 그 후의 마자파이트 왕조의 전성기를 대표하는 것으로는 동부 자바 최대 규모의 찬디 파나타랑(14세기) 등이 있다. 이러한 건축들은 전체적으로 중부 자바와 비교하여 소규모로 조영되었다. 또한 14~15세기에는 자바 고유의 고대 자연숭배신앙과 힌두교가 접목되어, 라우산 기슭에 위치한 찬디 스쿠와 찬디 체토 등의 사원이 이슬람교의 침투를 피해 깊은 산중에 건립되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조각작품으로는 바라 출토의 석조가네샤좌상, 찬디 싱가사리 출토의 석조두르가상 등의 걸작이 있다.
4. 발리 섬의 미술
자바 섬의 동쪽에 위치한 발리 섬은 인도네시아에서 유일하게 이슬람화되지 않았고, 인도의 종교문화를 현재까지 전하고 있다. 11세기부터 동부 자바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대승불교와 힌두교가 병존하거나 혼합된 형태로 신봉되었고, 이후에는 시바·붓다 신앙 안에서 토착 신앙을 받아들여 발리 섬 고유의 독특한 신앙 형태로서 전개되었다. 이곳의 오래된 유적으로는 중부의 고아 가자(11세기 전반)와 구눈 카위(11세기 후반)가 있다. 고아 가자는 코끼리 머리를 가진 가네샤 좌상과 링가를 안치하여 코끼리(Gajah)의 동굴(Goa)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힌두교 시바파의 석굴 사원이다. 그리고 구눈 카위는 와르마데와 왕조의 아낙 운스 왕의 능묘로 조영된 발리 최대의 석굴 사원이다. 이러한 발리 섬의 사원은, 비슈누 신은 9층탑으로, 시바 신은 11층탑으로 세우는 등 모시는 신에 따라서 탑의 층수를 다르게 하는 중층탑사당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찬디 체토 등 동부 자바의 영향을 받아 이를 더욱 발전시킨 고프람을 사원 입구의 정면에 세우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여기서 고프람은 지붕이 없고 문의 좌우 기둥과 측벽만이 높이 서는 독특한 형태의 문이다.
[참고문헌]
이주형 외 5인 저, 동양미술사(하), 미진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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